Baekdu Technologies
Research Note

유동성의 법칙

Note
No. 140
Category
Yield Farming
Network
Length
1,496 words
I. 요약

디지털화폐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e-cash는 1983년 David Chaum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되었다. 법정화폐와 같이 하나의 주체가 통화를 감독하는 것이 아닌, 탈중앙 형태의 익명성 electronic money 혹은 electronic cash에 대한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당시 암호화 기술과 개인정보 보호를 대폭 개선시키는 기술로 사회정치적 변화를 모색하던 Cypherpunk와 만나며 더욱 빠르게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고, 실제 사용 가능한 디지털화폐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그 시도들의 끝에서 비트코인이 찾아낸 해답인 'cost'는, 오늘날 DeFi의 유동성 문제를 푸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II. 본문

1994년 5월 CERN(스위스 제네바)에서 발표하는 David Chaum

채굴, '검증'이 아닌 'cost'

하지만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만들기 이전까지 사실상 사용 가능한 구조의 디지털화폐가 생겨나지 못했다. 사토시가 어떤 기술을 도입했기에 비트코인은 다를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결정적인 퍼즐 중 하나는 바로 채굴이었다.

채굴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이전에 제안된 디지털화폐들의 일관된 문제는 중앙기관 부재로 인한 장부관리의 어려움이었다. 중앙화된 구조에서는 전체 시스템이 중앙에서 제안하는 장부를 믿고 따르고, 중앙에서는 그 장부가 항상 정확하도록 관리한다. 하지만 탈중앙의 구조에서는 둘 이상의 주체가 장부를 관리하게 되는데, 이때 일부 관리자가 악의적으로 가짜 거래내역들을 만들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장부를 조작할 수 있는 취약성을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다. 모두가 '어떻게 하면 가짜 거래들을 검증할 수 있을까?'라는 validation 측면에 초점을 맞춰 고민하고 있을 때 사토시는 '거짓말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cost가 들도록 만들겠다'는 cost 기반의 관점에서 접근하였고 그 결과가 바로 채굴인 것이다.

실제로 채굴에 동반되는 일련의 연산은 채굴자의 블록 검증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 막대한 전기를 들여 전 세계 수천수만 개의 채굴기들이 매 블록마다 앞다투어 풀어내려고 하는 연산의 결과값이 A이든 B이든 ZZZ이든 블록체인의 상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은 왜 존재하는가? 검증인이 블록을 제안하는 데에 반드시 이 연산을 하게 만듦으로써 cost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채굴은 '검증' 과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순수하게 'cost'를 발생시키기 위해 끼워넣어진 과정인 것이다. 이는 장부를 조작하기 위해 51% 이상의 연산 처리능력(hashrate)을 차지하려면 현존하는 세계 모든 채굴기의 절반 이상을 매수하는 cost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cost라는 요소가 소개되며 채굴자가 가짜 거래를 남발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처럼 cost라는 요소는 무분별한 남용을 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cost라는 요소가 현재 DeFi 내 liquidity의 습성을 바꿔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합당한 cost에 liquidity를 빌려주는 LaaS 서비스들과 그들이 산업에 소개되며 발생할 변화들에 대해 고민해보자.

Liquidity-as-a-Service (LaaS)

필자는 사토시가 제시한 cost라는 요인이 DeFi의 시장 성숙화를 이루어줄 요소라고 생각한다. DeFi의 경우 이는 채굴 cost가 아닌 liquidity를 위한 cost이다.

2020년 Compound의 거버넌스 토큰 에어드랍 이후 보상의 형태로 거버넌스 토큰을 지급하는 것은 표준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버넌스 토큰을 만들어 내는 데에 cost가 없기 때문에 프로토콜들은 liquidity를 끌어오기 위해 연 수백% 수익률에 달하는 거버넌스 토큰들을 남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토큰을 무분별하게 찍어낸 프로토콜들은 결국 과도한 공급으로 인해 수급이 무너지고, 가격이 폭락하며, 결국 liquidity도 떠나게 되고, 토큰 이코노믹스는 망가지게 된다. 즉 쉽게 모은 liquidity는 쉽게 떠나버린다: easy-come-easy-go이다. Nansen에 의하면 42%의 LP가 24시간 이내에, 70%가 72시간 이내에 예치한 LP를 회수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liquidity를 모으려면 프로토콜들은 수익률 경쟁에서 투자자의 눈에 띄어야 하고, 그러려면 거버넌스 토큰을 찍어내는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으니 바로 Liquidity-as-a-Service(LaaS)이다. LaaS는 프로토콜이 cost를 지불하고 liquidity를 빌려올 수 있는 일련의 서비스이다. cost라는 요소가 소개되며 프로토콜은 liquidity를 위해 거버넌스 토큰을 찍어내는 게 아닌 실제 cost를 지불하게 된다. Liquidity에 cost라는 요인이 liquidity bootstrapping 과정에 새로 소개되며 팀은 liquidity 사용에 더 신중해지고, 거버넌스 토큰을 남발할 필요가 없어지며, 수급과 토큰 이코노믹스도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liquidity보다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이렇듯 liquidity에 cost가 발생할수록 지금의 immature liquidity에서 mature liquidity, 즉 성숙한 liquidity로 생태계가 발전해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막 개화하는 개념인 LaaS를 선도하는 세 개의 프로토콜이 있으니 바로 OlympusDAO, Tokemak Reactor 그리고 Fei-Ondo이다.

OlympusDAO

OlympusDAO는 DAI, FRAX를 비롯한 탈중앙자산들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여 탈중앙금융 시장의 준비통화가 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현재는 이더리움 생태계가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들에 의존하여 탈중앙화적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새로운 안정적인(stable) 코인인 OHM을 준비통화로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OHM 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OlympusDAO는 protocol-owned-liquidity라는 개념을 최초로 소개하였다. Protocol-owned-liquidity란 말 그대로 프로토콜이 liquidity 즉, LP 토큰을 소유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며 유저들에게 liquidity를 일시적으로 빌리는 것과 상반된다. OlympusDAO는 자체 Bond 상품을 통해 LP를 소유하게 되는데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유저는 토큰 혹은 LP 토큰을 Bond에 예치한다.
  1. 예치한 자산의 가치에 ROI를 더한 금액만큼 OHM으로 돌려받는다. 즉, OHM 가격이 $800.47일 경우 CVX를 $787.36만큼만 예치해도 1 OHM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유저의 수익인 ROI는 1.66%이다.
  1. Bond 만기인 5일 후에 해당 OHM을 claim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저는 할인된 가격에 OHM을 매입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지급한 토큰을 프로토콜은 '소유'하게 된다. LP토큰↔OHM 사이에 거래가 일어난 것이다.

OlympusDAO의 Bond 상품 UI

이와 같은 protocol-owned LP는 OlympusDAO가 더 이상 리워드를 제공하지 않아 모든 유저가 떠나더라도 OlympusDAO의 것이다. OlympusDAO가 '소유'했다는 점에서 해당 LP는 타 플랫폼의 LP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그 질이 높다. 나아가 LP를 소유했기 때문에 해당 페어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수수료는 OlympusDAO의 매출이 된다. 기존 파밍 리워드를 제공하며 일시적으로밖에 LP를 확보하지 못하던 구조에서, LP도 영구적으로 확보하는 데다가 거래수수료까지 오히려 얻는 구조가 된 것이다. 다만, 실질적으로 APR 100% 수준을 선불로 지급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전체 OHM-DAI LP 중 99% 이상을 OlympusDAO가 보유하고 있으며 작성일 기준으로 해당 LP는 Sushiswap에서 3번째로 큰 풀이다.

USDC-ETH LP보다도 큰 OHM-DAI LP

전체 OHM-DAI LP 중 OlympusDAO 소유 비중(%)

2021년 4월부터 시작된 OlympusDAO의 실험이 성공적인 궤도를 달리며 10월에 OlympusPro를 출시하게 되는데 이는 Bond 상품을 다른 프로토콜에 제공하는 OlympusDAO의 LaaS 서비스이다. OlympusPro를 사용하는 프로토콜들은 더 이상 거버넌스 토큰을 제공하는 대가로 liquidity를 빌리는 형태가 아닌 소유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Alchemix, Frax, StakeDAO, BarnBridge 등 20개 프로젝트가 참여 중

Tokemak Reactor

전통시장의 마켓메이커들(MM)은 자본, 시장 지식, 기술 3가지를 시장에 제공한다. 이 중 Tokemak Reactor는 기술 부분을 제공하며 Liquidity Provider(LP)와 Liquidity Director(LD) 유저들을 유입하여 liquidity를 제공하는 LaaS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LP가 Tokemak Reactor에 ETH, wBTC 등 자산(Asset)을 예치한다.
  1. LD는 LP가 예치한 자산과 5:5 매칭하여 TOKE(Tokemak 토큰)를 예치한다.
  1. Reactor는 자산:TOKE가 5:5로 예치된 LP토큰을 liquidity를 필요로 하는 LaaS 수요자에게 제공한다. 수요자에게 liquidity 임대의 승인은 DAO를 거친다.
  1. IL은 Tokemak Reactor(LP와 LD)가 감수하는 대신 거래수수료는 모두 Tokemak에서 가져간다. 해당 수수료는 Tokemak Treasury에 쌓인다.

Tokemak Reactor 구조도

수요자가 liquidity를 영구적으로 소유하게 되는 OlympusPro와 다르게 Tokemak Reactor는 수요자가 수수료를 지불하는 동안에만 liquidity를 임대할 수 있는 pay-as-you-go 모델이라는 점에서 상반된다. Tokemak은 장기적으로 충분한 수수료 수익이 Tokemak Treasury에 확보되면 LP 없이 자체적인 treasury 자산으로 Asset을 충당할 계획이며 이 시점을 singularity라고 지칭하고 있다. 현재 0x, Sushiswap, Uniswap, Balancer, DeversiFi 등 5개 거래소에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Single-sided LP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토큰의 롱텀 홀더들이 IL 부담 없이 예치할 수 있으며, 번거롭게 기회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DAO에서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수요자를 찾아준다. 이렇듯 기회를 찾아 단기적으로 돌아다니는 LP들보다 더 성숙하고 롱텀으로 수급이 가능한 liquidity 제공처가 생기는 것이다. Tokemak Reactor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단기 파밍풀이 생기면 이런 유저들은 떠나지 않을까? 점차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한 해 동안 DeFi 투자자들은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왔고 BarnBridge와 같은 프로토콜이 성숙한 liquidity의 대표적인 예이다. Senior tranche의 경우 종종 2~3% 수준의 연수익이 제공되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성숙한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점차 보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성숙한 liquidity가 늘어날 수 있도록 롱텀 LP를 장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수록 DeFi도 더 안정적인 투자처로 사회에 받아들여질 것이다.

Fei-Ondo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FEI와 Ondo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LaaS로 tranche의 개념이 존재한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프로토콜이 자체토큰을 예치한다.
  1. Fei DAO에서 자체토큰 가치에 5:5로 상응하는 규모의 FEI를 추가하여 AMM에 LP 예치한다. FEI의 추가로 인해 프로토콜은 예치한 자체토큰 가치의 두 배에 상응하는 liquidity를 확보하는 이점이 있다.
  1. Fei DAO는 고정된 수익의 senior tranche와 같은 포지션을, 프로토콜은 변동 수익의 junior tranche와 같은 포지션을 갖게 된다.
  1. 상환 시 Fei DAO는 FEI 원금+허들수수료를 받게 되며, 프로토콜은 이외 잔여자산을 가져간다. 발생한 거래수수료와 IL은 모두 프로토콜이 가져간다.

liquidity 대여 및 상환 과정

정해진 기간 동안 liquidity를 대여하는 구조로 OlympusDAO나 Tokemak Reactor보다 짧은 기간의 대여에 적합하다. 거래수수료와 IL을 모두 가져가는 Tokemak Reactor에 비해, 프로토콜이 거래수수료와 IL을 모두 가져가고 Fei DAO에는 원금+수수료를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사실상 대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리

PCV(Protocol-Controlled Value), 즉 프로토콜이 직접 관장하는 가치에도 모두 습성(단기수익, 높은 회전률 등)이 있고 질(임대, 완전소유 등)이 다르다.

PCV의 질은 (1) 기간과 (2) 보유형태 두 가지로 결정되는 것 같다. 우선 소유하는 기간이 긴지 짧은지, 그리고 지속적으로 롤오버가 된다면 비용이 합리적이어서 기간을 오래 가져갈 수 있는지가 첫째다. 둘째는 프로토콜 입장에서 liquidity가 임대된 것인지 완전히 소유하게 된 것인지 등의 보유형태이고 이 부분은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완전소유인 경우 기간이 사실상 무제한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질이 좋은 PCV라고 할 수 있고 현재까지는 OlympusPro만 이 모델에 해당된다. 하지만 liquidity의 질이 가장 좋다는 것이지, 비용 역시 가장 높기 때문에 전반적인 BM으로서 최고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OHM이 실험 단계에 있다.

LaaS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LaaS별 liquidity 영속성

LaaS별 특징

맺으며

Liquidity는 DeFi 머니레고의 핵심이다. Liquidity가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는다.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이 브랜드나 서비스에 대한 충성심보다 수익성을 중요시하기에 DeFi와 같은 역동적인 시장에서는 특히나 수익 중심의 가치를 유저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더 두드러진다.

더한 건 일부 파생상품을 제외한다면 DeFi 내 대부분 상품들은 risk-reward profile에서 사실상 거의 동일한 형태의 risk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 자체 리스크, 컨트랙트 리스크, 규제 리스크 정도로 정리된다. Risk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수익성만 보게 된다. ETH를 예치하려고 하는데 한 프로토콜은 5%, 다른 곳은 15%를 제공한다면 어디에 예치하겠는가? 대부분의 유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어떤 프로토콜이든 해킹 리스크가 있고 컨트랙트 리스크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risk-reward profile에서 reward에 치중하여 생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러한 본질적인 수익 편향 때문에 DeFi 프로토콜들은 서비스에 집중하지 못하고 liquidity bootstrapping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분하다. 아직도 생태계의 큰 부분은 yield farming을 기조로 작동하고 있지만 머니레고의 핵심인 liquidity가, 그리고 특히나 DAO의 핵심인 거버넌스 토큰이 사용되는 방식의 종착점은 현재의 무한파밍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생태계의 이러한 아픔을 고쳐나가는 데에 LaaS가 지금보다도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본다. 오늘 소개한 서비스들과 더불어 앞으로 생겨날 더 많은 해결책들로 liquidity는 성숙화될 것이고 거버넌스 토큰은 더 의미 있는 취지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지금의 DAO는 주주=직원=사용자가 되는 구조를 표방하고 있지만 yield farming의 실태를 보면 그저 차익실현을 하고자 하는 투기꾼들이 모여 주주와 직원은 없는 사용자만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LaaS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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