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관심 있게 보던 몇몇 코인들의 블록당 발행량이 감소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궁금증이 생겼다. 왜 사람들은 비트코인 반감기에는 열광하면서, 개별 코인의 반감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을까. 비트코인에게 가장 큰 정기행사는 반감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감기가 올 때면 시장은 수급 논리에 기대어 가격이 logarithmically(대수적으로) 상승할 것을 전망하고, 실제로 지난 모든 반감기에서 비트코인은 이에 부응하는 가격 상승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블록보상이 주기적으로 줄어드는 프로젝트는 비트코인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들도 반감기를 거치면 가격 랠리로 이어질까.

반감기란 무엇인가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비트코인은 설계 단계에서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었고, 조사 시점 기준 약 18,787,700개가 유통되어 있다. 유통량 추이를 보면 전체유통량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반면, 블록당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 수량은 계단식으로 꺾여 내려온다.

최초의 블록인 genesis block이 채굴된 시점부터 첫 반감기까지 약 4년 동안은 블록당 50개의 비트코인이 채굴자에게 보상으로 주어졌다. 그리고 이 기간에 채굴된 비트코인은 10,500,000개로, 전체 발행량 2,100만 개의 정확히 절반이다. 일찍 뛰어들수록 엄청난 이득이었던 셈이다.

이후 약 4년 주기로 블록보상은 25개, 12.5개 식으로 '반'씩 줄어 현재의 블록당 6.25개에 이르렀다. 이렇게 블록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벤트를 반감기(halving)라고 부른다. 정확히는 210,000개의 블록이 채굴될 때마다 보상이 절반이 되도록 프로토콜에 새겨져 있고, 블록이 약 10분에 하나씩 생성되기 때문에 그 주기가 대략 4년이 되는 것이다.
반감기로 인한 수급 변화의 중요성
반감기의 중요성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존의 수요-공급 밸런스에서 신규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상대적인 수요 우세로 가격이 상승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재 반감기 주기 4년간의 신규 공급량은 1,312,500개로 전체유통량의 6.66% 수준이고, 다음 주기에는 이 숫자가 3.23%로 다시 절반으로 줄어든다. 공급이 4년간 3% 덜 늘어나는 것이 과연 가격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비트코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런 회의적인 가정을 내릴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잘못된 부분은 분모를 전체유통량으로 산정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UTXO age band 차트를 보면 이 문제가 드러난다. UTXO는 아직 사용되지 않은 트랜잭션 출력을 뜻하며, 각 코인이 마지막으로 이동한 시점을 온체인에서 그대로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차트는 마지막으로 이동한 시점별로 비트코인 물량을 색깔 띠로 구분하는데, 한쪽 끝에는 10년간 움직이지 않은 비트코인이, 그 옆에는 7–10년간 움직이지 않은 물량이, 반대쪽 끝에는 지난 24시간 동안 움직인 비트코인이 자리한다. 기준을 임의로 1년으로 잡는다면, 1년 이상 움직이지 않은 비트코인이 전체유통량의 절반 정도다. 즉 실제로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전체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신규 발행이 3% 덜 늘어난다는 것은 '신규공급/실제유통량' 기준으로는 6% 정도 덜 늘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Unchained Capital의 HODL Waves 분석이 이 관점을 잘 보여준다.

이번 반감기의 영향에 대해 Pantera는 Stock-to-Flow 밸류에이션에 기반해 비트코인이 $115,212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조사 시점 기준). Stock-to-Flow는 기존 재고 대비 신규 공급의 비율로 희소성을 계량하는 모델로, 반감기마다 이 비율이 배로 뛰는 비트코인의 구조에 잘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충분히 납득이 되는 논리다. 실제로 욤키푸르 전쟁 당시 반이스라엘 진영이었던 사우디 주도의 OPEC이 석유 생산을 축소했고, 그 결과 세계 원유 생산량은 5%가량 줄었는데, 유가는 5개월 만에 $21에서 $58까지 수직 상승했다. 원유 시장은 연간 4천조 원 규모의 시장이라 비교 대상으로서 규모도 적절하다. 공급이 5% 줄자 가격이 배 가까이 뛴 이 사례는 수급이 가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가 다른 코인에도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발행량이 줄어드는 메이저 코인들을 하나씩 같은 잣대로 살펴보자.
발행량이 줄어드는 메이저 코인 — Ethereum
이더리움(Ethereum, ETH)의 경우 비트코인의 블록보상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최근 논란이 많았던 London 하드포크에 포함된 EIP-1559로 인해 기존에는 채굴자에게 가던 수수료가 소각되기 시작했다. EIP-1559는 수수료 체계를 base fee와 tip으로 나누고 base fee를 프로토콜 차원에서 소각하도록 바꾼 제안으로, 네트워크 사용량이 많을수록 소각량도 늘어나는 구조다. 신규 발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순공급 증가율을 낮춘다는 점에서 반감기와 같은 방향의 수급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조사 시점 기준으로 하드포크 이후 11일 동안 52,022.61개의 이더리움이 소각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매년 약 170만 개의 이더리움, 즉 전체유통량의 1.4%가 소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Ethereum 2.0 staking과 DeFi 락업 물량까지 감안하면, '신규공급/실제유통량' 기준의 효과는 1.4%보다 2–3배 더 클 것이다. 나아가 이 수치는 1년 기준인데, 이러한 소각 추세가 4년간 유지된다면 이번 EIP-1559는 비트코인의 이번 반감기보다 몇 배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더리움 가격은 포크 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최근 가격 상승분에는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와 효과가 분명 반영되어 있다.

발행량이 줄어드는 메이저 코인 — Curve
1년 주기로 돌아오는 커브(Curve, CRV)의 반감기(매회 블록보상이 15.91%씩 감소하므로 엄밀한 의미의 반감기는 아니다)가 Curve 출시 꼭 1년이 되는 시점에 발생했다. emission 일정표를 보면 블록보상이 매년 계단식으로 줄어드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age band와 유사하게 Curve에도 비유동 물량이 있다. 전체유통량의 무려 75.13%가 평균 3.66년 동안 락업되어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CRV를 락업하면 보상 게이지를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토큰 이코노미 때문이다. 락업 기간이 길수록 의결권과 보상 부스트가 커지는 구조여서, 락업은 사실상 프로토콜 참여의 전제 조건에 가깝다. 오히려 age band와 다르게 이는 계약상의 락업이기 때문에, 해당 물량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더 강하다.
중요한 것은 신규 발행 물량의 상당수를 yearn과 같은 yield optimizer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신규 물량의 75% 정도도 마찬가지로 락업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체유통량 기준으로 매일 0.2%씩 늘던 발행량은, 이번 반감기를 지나며 락업 물량을 제외한 유통량 대비 일간 0.17%로 감소한 셈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신규공급/실제유통량'이 매년 73%씩 늘던 추세가 62%로, 15% 덜 늘어나게 된다.
다만 Curve는 워낙 신규 공급 자체가 많아 15%라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실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상승했지만 시장 전반이 오르는 국면에서 유사한 수준으로 함께 오른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반감기로 인한 두드러진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발행량이 줄어드는 메이저 코인 — Zcash
제트캐시(Zcash, ZEC)의 사례가 가장 결정적인 것 같다. Zcash는 첫 반감기를 맞이해 블록보상이 6.25 ZEC에서 3.125 ZEC로 감소했다. 비트코인에서 포크된 프라이버시 중심 체인으로, 총 발행량 구조도 비트코인을 닮았다.
Zcash는 매 75초마다 블록보상이 주어지고, 이는 하루 1,152번, 1년에 420,480번의 보상으로 이어진다. 블록당 3.125 ZEC의 보상이 줄었다는 것은 1년에 약 120만 개가 덜 발행된다는 뜻인데, 유통량이 약 1,200만 개임을 감안하면 이번 반감기를 통해 매년 10%나 덜 늘어나게 된 것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4년 주기로 환산하면 무려 40% 덜 늘어나는 셈이다(분모가 매년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30% 정도다). 상대 규모로 보면 비트코인의 반감기보다 훨씬 강력한 공급 충격이다. 공급 충격의 크기와 가격 반응 사이에 비례 관계가 있다면, Zcash는 가장 극적인 사례가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가격을 보면 이더리움과 달리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사전에 반영된 흔적이 없었고, 이후의 랠리도 시장 전체가 상승하면서 함께 오른 것이었다. 동기간 DASH가 5.5배, Monero가 4.1배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Zcash의 5.1배 상승을 반감기의 수혜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Monero의 시가총액이 Zcash보다 2.5배가량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형주로서 10%대의 큰 반감기를 겪고도 Zcash의 퍼포먼스는 수혜를 그다지 못 본 수준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관찰했지만, 코인별로 반감기가 사전 또는 사후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공급량 변화의 절대적인 규모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비례하는지 등 일관된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감기를 믿는다면, 조사 시점 기준 예정되어 있는 주목할 만한 반감기 일정은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 | 블록보상 변화 |
|---|---|
| Verge(XVG) | 블록당 200 → 100 XVG |
| TomoChain(TOMO) | 연간 200만 → 100만 TOMO |
| Vertcoin(VTC) | 블록당 25 → 12.5 VTC |
| Ravencoin(RVN) | 블록당 5,000 → 2,500 RVN |
반감기는 만사해결사인가
지금까지의 관찰을 상대 규모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자산 | 공급 감소 이벤트 | 상대 규모(원문 수치 기준) | 가격 반응 |
|---|---|---|---|
| Bitcoin(BTC) | 4년 주기 반감기 | 실제유통량 대비 4년간 약 6% 덜 증가 | 지난 모든 반감기에서 상승 |
| Ethereum(ETH) | EIP-1559 소각 | 연간 1.4% 소각, 실질로는 2–3배 | 포크 전부터 기대감 반영 |
| Curve(CRV) | 연 15.91% 보상 감소 | 연간 증가율 73% → 62% | 시장 평균 수준의 상승 |
| Zcash(ZEC) | 첫 반감기 | 매년 10% 덜 증가(4년 환산 30–40%) | 유사 자산 대비 수혜 없음 |
표에서 보듯 공급 충격의 크기와 가격 반응은 나란히 가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자산일수록 공급 이벤트가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분명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변화의 영향력은 석유파동을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이상하게도 실전에서는 해당 논리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어쩌면 석유파동 때 사람들의 불안과 기대 심리가 가격에 반영되었듯, 반감기 역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코인에서만 작동하는 마케팅적인 요소가 아닐까. 어쩌면 수급이라는 것이 워낙 장기적으로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변수가 많아 반감기의 영향만을 따로 분리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왜 비트코인 외 다른 코인들의 반감기에는 주목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번 스터디의 잠정적인 답은 이렇다. 반감기가 만사해결사는 아니기 때문에, 혹은 공급 감소라는 실체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동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기대심리만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졌을 때, 비트코인은 더 이상 대수적인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게 될까. 시가총액이 1,000조 원 규모를 돌파한 시점부터 이미 반감기는 요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답은 다음 반감기가 와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